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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알

[왕자왕견 X-MAS] [담알] Merry, Merry Christmas!

Merry, Merry Christmas!
w. 쿠엔

유난히 눈이 없던 12월, 그러나 크리스마스 이브 만큼은 분위기에 휩쓸린 것처럼 이른 아침부터 하늘에서는 펑펑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햇빛의 반짝임이 소복한 눈 위로 쏟아지고, 따끈한 아침 기운이 어느새 가득 쌓인 새하얀 눈 위로 반사되어 올라왔다. 사람들도 어느새 코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 준비를 마치고, 저마다의 캐럴과 선물꾸러미들을 챙기기 시작하는 날이었다.
늘 일어나는 시간에 알람 없이 눈을 뜬 알타이르는 부스스한 머리를 손으로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서 꾸물거리는 움직임이 깨지 않도록, 그는 조심스럽게 상체를 세우고 침대 아래로 내려와 제 자리만큼 반쯤이 비어버린 이불을 다시 덮어두었다. 방에는 아직까지도 졸음이 나른나른하게 머물고 있었다.
밖으로 나온 알타이르는 곧장 하얗게 세상을 뒤덮은 눈을 마주했다. 눈이 엄청 많이도 내렸네. 어렸을 적엔 강아지처럼 새하얀 눈밭을 내달리던, 그리고 추위에 얼굴이 발갛게 얼어 돌아오기도 했던 겨울. 알타이르는 겨울을 좋아했다. 조금 움츠러들기는 해도, 따끈한 음식과 실내와 사람들이 가장 돋보이는 때이기도 했다. 오늘은 어떤 음식을 준비해볼까 생각하며 알타이르는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 부엌에 가서 분주하게 재료를 꺼내오기 시작했다. 계란, 베이컨, 감자를 꺼내들고 와플과 토스트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결심한 듯 토스트 빵을 선반에서 꺼내들었다. 선반에서 음식 재료를 꺼낼 때면 늘 선반이 높아 키가 닿지 않는다고 열심히 손을 뻗어 올리다가 저를 부르던 담이 생각나서, 알타이르는 자기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흥얼거리는 콧노래와 웃음이 섞인 아침식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담 씨...?”

알타이르는 아침을 완성해두고 조심스럽게 다시 방문을 열었다. 여전히 고요함과 나른함이 내려앉은 방 안의 공기로 조금씩 고소한 계란과 토스트 냄새가 스며들었지만, 동그랗게 말린 이불 속에서는 움직임이 없었다. 문을 조금 열고 더 들어가 이불 가까이 다가가 이불 밖으로 빼꼼히 나온 얼굴을 마주하자 작은 숨소리가 들렸다. 기분 좋은 꿈을 꾸는지, 조금의 웅얼거림도 들렸다. 가까이 들으려고 귀를 가져다 대 보았지만, 웅얼이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조금 아쉽네…. 그는 다시 담을 깨우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가까이 있을 적부터 담의 얼굴에 닿을 듯 말 듯 하던 긴 머리카락이, 담의 얼굴에 닿자 담이 파드득 고개를 움직이며 천천히 눈을 떴다.

“간지러, 알~”

“일어날 시간이에요.”

“몇 시인데?”

엇, 몇 시더라. 시계를 확인하지 않은 알타이르가 제가 일어나는 시간부터 씻고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을 계산하느라 음, 하고 망설이는 사이 담은 시간이 조금 남았으면 다시 자겠다는 듯, 다시 꿈틀꿈틀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알타이르의 손이 재빠르게 이불 속으로 마저 스르르 숨어들려는 담의 두 손을 붙잡았다. 

“아침 먹을 시간이요.”

그건 확실해요. 알타이르가 앞머리가 흐트러진 담의 이마 위로 입을 맞추자, 좋아 이제 일어날 의지가 생기는군. 하며 담이 기지개를 켰다. 알타이르는 담이 기지개를 펴는 사이 재빠르게 이불을 접어 개어 놓고서는 방문과 커튼까지 활짝 열었다. 열린 문 사이로 솔솔 새어 들어오는 향을 킁킁, 맡은 담이 자신 있게 외쳤다.

“오늘은 토스트!”

“맞아요.”

아직 따뜻한 토스트와 미리 꺼내놓은 잼, 노릇노릇하게 구운 곁들여 먹을 음식들까지의 향이 부엌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토스트기로 바삭하게 구운 빵과 마멀레이드 잼을 올려 바르며 담이 말했다.

“오늘 밥 먹고 산책이나 갈 겸 케이크 가게에 갈래? 크리스마스니까 예쁜 걸로 사서 먹자!”

평소 케이크같은 디저트나 빵에 관심이 있는 쪽은 알타이르였지만, 그런 알타이르와 식사를 같이 하다 보니 담 역시 조금씩 디저트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물론 한입 두입 정도뿐이었지만, 그래도 알타이르가 직접 케이크를 만들거나 파이를 구울 때면 신이 나서 곁에서 거들기도 했던 것이다. 이미 빵 반쪽을 접어 입에 넣어 우물거리던 알타이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이번에는 기본 생크림 아이싱만 되어 있는 케이크를 살까요? 과일이나 토핑용 재료들을 사서 직접 꾸며보는 건 어때요?”

오, 담은 하나 남아 있던 동그란 계란을 마저 입에 넣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특별한 날에는 역시 특별한 케이크지. 하고 담은 제 쪽에 있던 잼을 슬쩍 알타이르 앞으로 밀어두었다. 미리 하나 더 가져다 둔 토스트 하나가 더 알타이르의 앞에 남아 있었다.
담이 두 손으로 턱을 괴고 고개를 까닥이며 아침에 포켓으로 알아본 오늘의 날씨와, 상점에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린다는 이야기와, 특히나 디저트나 트리를 꾸미는 매장에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동안 알타이르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토스트에 잼을 바르고 베이컨을 야무지게 올려 한 입에 넣었다. 조금 조금씩 나누어 먹는 편인 담은 한 입에 가득 넣어 먹는 편인 알타이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좋아했다. 알타이르가 마저 접시를 비우자 둘은 나란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이거 봐! 선물 꾸러미들인데 트리에 다는 거래.”

이미 작지 않은 크기의 트리 나무를 집에 마련해 두고는 꾸밀 것들을 찾아 나서 상점에 간 터라, 담과 알타이르는 요리조리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 그나마 아직 한가한 장식품 코너에 들어설 수 있었다. 알록달록한 전구와 반짝거리는 실 하나씩을 집어 들고 동그란 방울들까지 품에 안은 알타이르는 귤처럼 대롱대롱 한 뭉치로 담긴 선물 꾸러미들이 마음에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곧 다시 작은 선물꾸러미들까지 품에 안은 알타이르와 담은 매장을 한 바퀴 모두 돌았다. 마지막에는 붉은 천에 하얀 털이 위쪽에 덧대어진 산타양말 주머니을 찾아냈다.

“이건 필요 없지? 네 것 있으니까 트리에 달자.”

알타이르는 아, 하고는 아직 이번 해에 새로 덧댄 산타양말 주머니를 아직 담에게 보여주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어릴 적 알타이르가 가문에 있을 적에는, 산타에게 선물을 받는 일은 없었다. 어릴 적 가문의 아이들은 동화에서 본 존재인 산타를 다 클 때까지도 믿곤 했지만, 오히려 어린 아이들에게 산타는 없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바로 가문의 어른들이었다. 학교에서 배워 온 서툰 솜씨로 열심히 산타양말 꾸러미를 만들어 두고 방에 마련해 둔 작은 트리에 양말을 걸어두었을 때, 산타는 없다고 하는 어른들을 대신하여 누군가가 몰래 그 안에 선물을 두었었다. 아이들은 그렇게 두근거리는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었다.
알타이르는 자신이 조금 자랐을 때가 되어서야 그 산타들이 자신의 누나와 형들임을 알았다. 알타이르가 걸어두는 양말에는 매년 가문의 형이나 누나들이 직접 쓴 편지와 함께 작은 선물들을 넣어주었고, 어느덧 알타이르가 자라 데네브의 산타양말 주머니 안에 직접 선물을 넣어줄 수 있을 정도로 자랐을 때, 그는 많은 산타양말 주머니가 달린 트리에서 자신의 산타양말 주머니를 떼어냈다. 그리고 트리에 걸지 않고 가지고 있으면서 해가 지나면 조금씩 크기를 키워 덧대거나, 겉에 장식된 모양을 바꾸어 가며 새롭게 만들었다. 올해에는 겉에 눈송이 모양과 함께 벚꽃의 모양을 정성껏 덧대어두고, 아래 자그마하게 쓰인 제 이름 옆에 담의 이름을 같이 수놓아두었었다.

“뭐해? 가자!”

네! 알타이르는 다시 담의 손을 맞잡고 이번에는 케이크 가게로 향해 갔다. 광장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트리에는 마치 가문에서 보던 그것들처럼, 많지는 않아도 몇 개의 산타양말 주머니들이 매달려 눈송이들을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었다.




알타이르는 어느새 주인과 서로 익숙해져 버린 베이커리에 들어가서, 담과 함께 즐겁게 인사를 나누고는 생크림 아이싱만 된 케이크를 받아들었다. 더 예쁜 장식된 걸 드리겠다는 주인과의 실랑이 끝에 귀여운 초도 함께 받아 든 채였다. 집에 도착하자 알타이르는 케이크와 초, 트리를 꾸밀 것들을 각각 분리해두고 먼저 케이크를 꾸밀 준비를 시작했다. 신선한 것들로 골라 온 딸기와 체리, 포도를 꺼내 들고 깨끗하게 닦아 내는 동안 담은 비장하게 식탁 위로 생크림 아이싱만이 되어 있어 깨끗하게 하얀 케이크를 꺼냈다. 손만 잘못 닿아도 금세 찌그러질 것 같이 하얗고 동그란 모양이었다.

“어떡하지? 음, 일단 해보면 되겠지?”

팔을 걷고 심호흡을 하는 담 옆으로 알타이르는 다 씻은 과일을 가져다 두고, 조금 더 케이크를 꾸밀 분홍색 크림과 크림을 담을 짤주머니를 챙겨 왔다. 어쩐지 긴장해 있는 담의 입에 딸기를 하나 넣어주고 저도 하나를 집어 입에 넣은 알타이르는 크림을 짤주머니에 옮겨 담고, 조심스럽게 짜서 별 모양을 만들어 케이크의 둘레를 장식했다. 하나 하나 모양을 만들고 옆으로 움직일 때마다 알타이르는 정확하게 움직였다. 한 바퀴를 빙 둘러 크림으로 장식을 해서 알타이르는 제 순서를 마치고, 담에게 과일이 담긴 볼와 함께 케이크를 넘겼다.

“마음껏 장식해주시면 돼요.”

“어.... 조심할 점은?”

“음, 케이크 아이싱을 만지시면 안 되고, 색은 조금 맞추어서, 간격은...”

알타이르는 조금씩 어두워지는 것 같은 담의 표정을 보고 말을 바꾸었다.

“과일이 케이크 밖으로 안 나오기만 하면 돼요.”
 
담은 먼저 가장 많은 딸기를 집어 들어 크림 안쪽으로 차근차근 놓기 시작했다. 가운데에는 알타이르가 이미 둘의 이름을 적을 거라고 이야기 해두었기 때문에 바깥에서부터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걱정하던 바와 달리 담은 솜씨 좋게 간격을 맞추어 딸기를 장식하고 있었다. 딸기들은 나란히 열을 이루어 빨간 빛깔을 자랑하듯 놓여갔다. 새하얀 크림 위에서 더욱 달콤해 보이는 색이었다. 다음으로는 청색 포도를 집어다가 딸기 양 옆으로 동그란 모양을 콕 콕 박아가며 장식했다. 싱그러운 느낌이 가득했다. 파는 것보다 훨씬 예뻐요! 알타이르는 잘했는지 물어보듯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담에게 대답하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주고, 슬쩍 포도를 하나 집어 제 입에 넣고, 하나를 마저 집어 담의 입에 넣어주었다. 열심히 우물거리며 마침내 과일 장식이 끝나자, 알타이르는 드리즐을 할 때 사용하는 통을 가지고 왔다.

“안에 이름, 담 씨가 써보실래요?”

“응? 이름? 이걸로 쓰라고? 나?”

할 수 있어요. 여전히 멈칫거리는 담에게 시럽이 든 통을 쥐어 주고, 알타이르는 옆에서 열심히 응원을 보냈다. 할 수 있어요! 옆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알타이르를 한 번 보고, 담은 다시 비장하게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조심스럽게 시럽을 가지고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Arie Al” 까지 적은 채로 담은 잠시 케이크 위에서 물러나서, 숨을 참고 있었던 듯 후, 하고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엄청 떨리는데.”

“글씨가 너무 예뻐요. 역시 잘 쓰시는데요!”

“너 이름이 너무 길어, 쓰다가 숨이 넘어갈 뻔 했잖아.”

“같이 하면 되죠.”

장난스럽게 웃는 담의 뒤에서 케이크를 내려다보고 있던 알타이르는 담의 뒤에서 그녀의 어깨 옆 팔을 감싸도록 양 팔을 뻗어 감싸 안듯 서서, 담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쳐 잡았다. 시럽 통을 누르는 담의 손에 제 힘이 더해져 너무 세게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며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잠시 끊어졌던 알타이르의 이름이 완성되고, 이어서 “Yeon Dam”의 이름도 완성되었다. 초코 시럽으로 깔끔하게 써진 글씨가 마음에 들었다.

“감격적이야, 내가 만든 음식 중에 이토록 완벽한 건 없었다.”

담이 감격에 젖어 있는 사이 알타이르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케이크를 한 장, 그리고 케이크 앞에서 시럽이 손에 묻은 줄도 모르게 활짝 웃는 담의 사진이 한 장이었다. 이어서 담이 카메라를 들고 알타이르와 케이크를 한 장 찍었으나, 워낙 흔들린 탓에 둘은 추후에 그 사진을 다시 보지는 않았다. 

케이크를 마무리하고 다시 냉장고에 넣어두고, 둘은 쪼르륵 트리 앞으로 다가섰다. 아직은 앙상한 푸른 가지만 가지고 있는 트리 위로 두 사람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반짝이는 전구를 감고, 선물 꾸러미들과 방울들을 매달았다. 어느새 어둑해진 바깥을 바라보며 전구에 불까지 켜자, 트리는 오색찬란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포근한 실내와의 기온차로 창에는 옅게 성에가 끼고 있었다. 트리를 다 마무리했다고 생각한 알타이르가 부엌으로 가서 케이크를 가지고 왔을 때, 담은 어느새 꺼내 온 알타이르의 산타양말 주머니를 구경하고 있었다.

“새로워졌네!”

“벚꽃이랑 담 씨 이름을 추가로 넣었어요.”

눈송이와 함께 흩날리고 있는 벚꽃의 모습이 묘한 분위기를 냈다. Merry Christmas 가 그려진 양말 앞에는 루돌프 모양의 장식도 덧대어져 있었다. 매년 조금씩 달라지지만 항상 설렘을 주는 산타양말 주머니였다. 담은 산타양말 주머니를 들고 높게 손을 뻗어 트리의 위에 양말을 달았다. 트리 위의 별, 그리고 그 별의 끝에 산타양말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다.

“이제 저건 내가 채워줄게.”

매일 매일, 새롭고 아름다운 것들로. 담은 동그란 방울 하나를 주머니에 쏙 담았다. 양말이 포근하게 방울을 감싼 모양이 되었다.

“괜찮아요, 이제 저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담 씨가 매일매일 곁에 있는데, 다른 건 상관없어요. 알타이르는 여전히 트리 앞에 서 있던 담을 마주보고 서 있다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마주 안은 팔에 힘이 실리고, 입술이 서로 맞닿았다. 따뜻한 숨과 웃음이 섞여 들어갔다. 포근한 품과, 비슷한 속도로 뛰는 심장의 울림과, 작게 웃는 웃음소리가 그대로 전달되어 왔다. 외로움도, 그래서 홀로 산타양말 주머니를 꾸미던 것도, 산타양말 주머니에 무언가가 들어있기를 바라던 것도 이제는 다 옛날의 일이 되었다고, 알타이르는 생각했다. 그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양말을 덧대어 만들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지금의 행복으로 충분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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