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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알

[담알] 190218

담알이들의 썰부터 연애까지

다음을 잘 부탁드립니다 ^ ^         w. 쿠엔


-시험을 통과하신 선별인원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통과된 선별인원들은 2F 시험장으로 이동됩니다.

문제는 그 때 발생했다. 에반켈의 층에서 시험을 통과한 선별인원들은 자동으로 2층에 전송이 되어야하는데, 전송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일부는 이동이 되고 일부는 이동이 되지 못한 것이었다. 이동되지 못하고 남은 선별인원들 사이에, 방금 만들었던 두 동료는 모두 이동되었는데 홀로 1층에 남겨진 알타이르가 있었다.
그는 곧이어 이동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미안하다고 층 전체에 울리는 알림과 함께, 이동되지 못한 선별인원들은 따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이동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커다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몇 몇 이동되지 못한 선별인원들이 건물 안 엘리베이터로 몰려드는 와중에, 오른 쪽 엘리베이터에 문이 열렸으나 사람이 아무도 타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알타이르는 척척 걸어가 망설임 없이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엘리베이터는 자동으로 선별인원들을 이동시켜주는지 따로 버튼을 누르는 것도 없었기 때문에, 알타이르는 얌전히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여, 다시 멈추고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렸다.

- 2.5F, 시험 감독관의 층입니다.

응? 알타이르는 자신이 기다리던 바와 같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으나 가만히 서 있었다. 2F 크라운 게임장이 아니라 시험감독관의 층이라고?
육중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펼쳐진 것은 커다란 원형의 개방된 게임장이 아닌 시험감독관이 머무는 방이었다. 원래 도달해야할 목적지와 다른 곳에 왔다는 당황스러움과 다른 사람의 공간에 침범했다는 당혹스러움에 알타이르가 굳어있는 사이, 멀리서 담배 연기와 함께 한 사람이 드러났다.

"응?"

누구? 새카만 검은 머리에, 분홍빛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는 그녀는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워들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공간에 들아온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경계심도 없는지 호기심 어린 눈빛이 알타이르를 향하자, 그는 여전히 엘리베이터 안에 선 채로 안절부절 못하다가 말을 꺼냈다.

"저, 크라운게임장으로 가야하는데요..."

"선별인원?"

감독관이 타는 엘레베이터에는 신수 처리가 되어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타고 올라왔네. 역시 선별인원 꼬맹이여도 아리에는 아리에다 이건가? 응? 크하핫, 호쾌하게 웃은 그녀는 아무렇지도 얺게 알타이르 쪽으로 다가와 까닥까닥 손짓했다.

"잘못 와서 당황한 건 알겠는데, 일단 내려야할거야. 그거 다시 닫히면 잘 안열리거든."

알타이르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사람은 시험감독관인 연 담이었다. 그녀의 새카만 결 좋은 머리카락은 차분하게 허리께까지 늘어져 있었고, 연가문의 상징인 분홍 꽃에 지게나의 새끼가 가진 푸른 보석이 박힌 헤어 악세사리가 그녀가 연가문임을 드러내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분홍빛 눈동자,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이 생생한 연가문의 힘이었다.
새하얀 담배를 들고, 아직 타지 않은 새하얀 담배의 끝을 그녀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면, 화려하고 뜨거운 연가문의 불꽃이 화르륵 발화해 순식간에 담배를 태워 연기로 만들어버렸다. 알타이르는 멍하니 그 담배에 화려한 전투 기술처럼 불이 붙는 것을 멍하니 보다가 뭐해? 얼른 내려! 하는 담의 목소리에 다급하게 엘레베이터에서 뛰어내렸다. 엘레베이터와 감독관의 방 사이에는 제법 틈이 있었지만, 그 사이를 훌쩍 뛰어넘어 시험감독관의 방에 안착한 알타이르는, 최대한 그녀의 방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서 벽 쪽에 가까이 붙어서서는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여기 들어올 생각은 아니었어요. 크라운 게임장에 가려고 했는데, 잘못된 엘리베이터를 탄 것 같아요."

"아, 괜찮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뭣보다 너네를 제대로 이동시켜주지 않은 시스템이 잘못한 거 아니겠어, 응?"

네, 네. 얌전히 고개를 주억거리고 선 알타이르를 보며 연 담은 비어있는 의자를 툭툭 손으로 쳤다.

"어쩔 수 없지. 여기서 크라운 게임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감독관 전용이라 좀 위험해. 온 김에 좀 쉬다가 나 내려갈 때 나랑 같이 내려가자."

"... 감사합니다."

알타이르는 연 담이 이끄는대로 푹신한 의자 위에 엉거주춤 앉아, 그제야 혼란스럽던 정신을 조금 진정시켰다. 막 전 층의 시험을 마치고 온 터라 제법 땀도 흘렸고, 체력도 조금 떨어진 탓에 쉴 시간이 필요하기는 했다. 그것이 시험감독관과 함께이게 될지는 몰랐지만. 알타이르는 저를 건너편에 앉혀두고 서류를 휙휙 가볍게 넘기며, 다른 손으로는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는 연 담을 연신 흘끗흘끗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이번 시험감독관님이시겠지, 연가문이신가보다. 짤막한 정보 뿐이었지만, 재떨이 위로 하염없이 늘어가는 담배와 새카만 머리칼과 눈썹 아래로 드러났다 사라지는 눈동자의 반복되는 움직임을 멍하니 보고 있는 것은 알타이르에게 나름의 휴식과 안정을 주었다.

"아, 방금 에반켈의 지옥에서 올라온건가, 응? 고생께나 했겠네. 담배 하나 피워볼래?"

"아.. 아뇨, 담, 담배는 못해서..."

"그래? 그럼, 아! 간식이 좀 있네. 이거라도 좀 먹어."

하얀 종이 봉지에 담긴 따끈한 간식들을 잠시 바라보던 알타이르는, 거절해야하나 고민했지만 피곤한 탓에 꾸벅 감사 인사를 하고 간식을 받아드는 것으로 대신했다. 언제 어디서 난 것인지는 몰라도, 따끈하고 달콤한 냄새가 났다. 붕어 모양 빵을 집어 들어 한 입 두 입 베어먹으면서 불현듯 낯선 사람이 주는 음식을 함부로 받아 먹지 말라던 가문의 엄한 교육이 생각났지만 이미 먹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길을 잃은 선별인원을 이렇게 따스하게 반겨주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 리 없다는 믿음으로, 알타이르는 하얀 봉지에 들은 빵들을 우물거렸다.
연 담은 알타이르를 곧 크라운게임장으로 데려다주고 홀연히 사라졌다. 시험날 보자, 아리에. 잘 먹으니 보기 좋다고 방에 있던 나머지 간식마저 쥐어주고 떠난 연 담의 모습은 크라운 게임을 준비하는 동안 알타이르에게 문득문득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자신은 그녀의 이름도 모르는 것이었다. 시험 날이 되면 알겠지. A팀 동료들과 무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 저런 전략을 짜는 시간이 지나고나면, 자주 그 분홍빛 눈동자가 생각이 났다. 알타이르에게는 처음 가깝게 마주해 본 타 가문의 랭커나 나름이 없었다. 신기해서 그런가. 가문 밖으로 나와 꺼내 본 적이 없던 나이프를 손으로 돌리면서 그는 문득문득 생각에 잠기는 날들이 많아졌다.

곧 크라운 게임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크라운게임은 감독관인 연 담의 지시 하에 이루어졌다. 선별인원들 앞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낯익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알타이르는 그제야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연, 담 씨 구나. 차분히 이름을 되뇌어보는 알타이르의 시선 끝으로는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의 곁에 따라붙은 담배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저는 피우지 못하는 알싸하고도 깊이있는, 타오르는 장작과 비슷한 듯 묵직한 향. 알타이르는 커다란 시험장을 은은하게 메워가는 담배의 향을 맡고 있었다. 고요한 겨울같은 냄새가 났다.

크라운 게임은 쟁쟁한 상대들 간 팽팽한 싸움으로 채워졌다. 팀마다 구사하는 시너지의 효과는, 각 팀이 에반켈의 지옥에서 급하게 맺은 동료 사이임을 고려할 때 무척이나 뛰어난 편이었다. 아마도 일주일 남짓 합을 맞춰 볼 시간이 있던 덕일 것이다. 알타이르는 등대지기인 여 운의 도움을 받아 가장 전방에 위치했다. 창지기인 샤토보다 앞쪽에서, 적을 가장 가까이 마주해 검을 손에 쥐며 알타이르는 표정을 굳혔다. 어차피 목적은 왕관, 타격과 공격을 최대한 줄이고 왕관과 왕좌만을 노리는 알타이르의 눈동자에는 진한 신수의 기운이 감돌았다.


안타깝게도 A팀이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승리팀은 단 하나 뿐이었지만 크라운게임은 추가시험인데다가, 며칠 간 시합을 함께 한 선별인원들도 제법 친밀해져 있어서, 감독관인 연 담은 그들을 다음 층으로 올려보내기 전 작은 호의를 베풀었다.

"창고가 거덜날 때까지 계속 주세요. 우리 애들이 좀 잘먹거든요. 계산은 연 담 이름으로."

27명의 와글와글한 선별인원들을 고급스러운 고깃집에 데려다놓은 연 담은, 주문을 해놓은 뒤에 연신 제 이름을 연호하며 신이 난 선별인원들을 진정시키고 담배를 피러 바깥으로 나갔다. 날이 쌀쌀하지 않을까. 문득 바깥에 나간 담에게 시선을 주던 알타이르는 그녀의 시선이 가게 안 쪽으로 향할 것 같자 퍼뜩 고개를 돌렸다. 제 앞에 피어나는 화로 속의 숯불을 보며 그렇지, 담 씨는 연가문이었지 생각을 하고는 도란도란 이야기가 오가는 동료들 속에서 조용히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아직도 이만큼밖에 못 먹었어? 더 먹어야지, 응?"

회식 자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미 버릇이 든 탓인지 A팀부터 쪼르륵 앉은 터라, 담이 바깥에서 돌아와 바로 가까운 곳이라고 앉은 자리는 A팀인 알타이르의 옆이었다. 주섬주섬 휴지를 꺼내 깔고, 숟가락과 젓가락, 앞접시와 막 익어 모락모락 김이 나는 고기 몇점까지 알타이르는 담에게 챙겨주었다.

"하하, 고마워, 친절하네. 네가 이름이, 아리에 알타이르?"

"네, 맞아요. 감독관...님."

"에이, 초면도 아니고, 감독관님이라니 너무 정중하잖아, 응? 그냥 담이라고 불러."

"그래도 되나요? 그래도, 랭커분이시고..."

망설이는 알타이르를 보면서 연 담은 웃음을 터뜨렸다. 여전히 호쾌하고 밝은 웃음이었다.

" 크하핫, 됐어 됐어, 이제 시험도 끝났는데. 그런 호칭은 이제 관두자고. 너도 내가 너를 선별인원씨라고 부르는 건 싫잖아. 그치, 응?"

"아... 네, 담 씨."

이름을 꾹꾹 눌러 부르듯 하면서, 알타이르는 겨우 이름 하나를 내어 부른 것만으로도 미친듯이 떨리기 시작하는 심장에 스스로 놀랐다. 왜 이렇게 떨리지. 옆에 있는 연 담은 아무렇지 않게 고기를 먹으며 다른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뿐이었다. 알타이르는 다시 한 번 슥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고기를 집어 들어 우물거렸다. 떨림은 쉬이 가시지 않는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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