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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알

[담알] 190214

190214 담알이의 첫번째 발렌타인

사랑하는 앤오님께 바칩니다.      W. 쿠엔

10시가 넘어서야 일어난 알타이르는 비몽사몽한 눈을 비비고 주섬주섬 팔을 길게 뻗었다. 방으로 환히 들이치는 햇빛보다도 밝은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며, 알타이르는 이미 와 있는 연락을 확인했다.

-알~ 일어났어? 09:37
'좋은 아침이에요' 10:38
'일찍 일어났네요. 전 지금 일어났어요 10;38
-ㅋㅋㅋㅋ 응 나는 일 나가야해서 10:39
-알은? 오늘 일정 있어? 10:39
'아뇨' '전 오늘 훈련만 있어요' 10:39
-흠 오늘은 내가 안되고 10;41
알 내일은 뭐해? 10:41
'내일도 별 일 없어요.' 10:41
'데이트 하러 갈까요?' 10:44
ㅋㅋㅋㅋㅋㅋㅋㅋ 점심 먹으러 가자 10:44
'네 좋아요!' 12:44

한가한 자신과 다르게 일을 나간다는 담의 톡은 그녀가 씻으러 가면서 잠시 끊어졌다.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담과의 톡방을 한참 깜빡깜빡 바라보던 알타이르는 몇 분이 흐른 후에야 주섬주섬 일어나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아침을 간단히 차려먹었다.
간단하게 차려먹은 아침을 뒤로 하고, 알타이르는 큼지막한 과자부터 작은 쿠키까지 골고루 가득한 과자 바구니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크림빵 두 개를 집어들었다. 수북한 크림 빵은 담이 사다준 것도 꽤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따 담 씨에게 연락이 오면 훈련하러 나가야지, 생각하며 그는 다시 거실로 돌아와, TV를 켰다.
커스터드 크림 빵의 껍질을 벗겨 한 입 입에 물고, 그는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진동에서 소리로 바꾸며 한 손으로 티비 체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부스럭거리는 빵 봉지를 모두 벗겨내어 바로 옆 통에 버리면서 멈춰버린 티비 채널에서는 높은 하이톤 목소리의 광고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 네! 내일이 바로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네요! 길가의 상점들은 너도나도 예쁜 인형과 초콜릿을 내놓아 팔고 있습니다. 연인들이 초콜릿을 주고 받는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의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고 하는데요!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 주는 연인도, 고급스러운 포장의 초콜릿을 사다 주는 연인도! 너무 사랑스럽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바로 여기! '퀀트 생초콜릿'에서 올해의 달콤한 사랑을 준비해보세요! 단 돈 550 부유석으로 마련할 수 있는 후회없는 선택!

멍하니 우물거리며 티비를 바라보던 알타이르는 발렌타인 데이라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티비를 바바라보다가, (비록 그것이 광고임을 알아차린 뒤 채널을 돌려버렸지만) 윤기가 흐르는 초콜릿의 모양, 초콜릿을 나누며 행복해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고 잠시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가는, 먹던 빵을 모두 입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타이르에게는 낯선 개념인 발렌타인 데이는, 왠지 발렌타인 데이가 연인들끼리 초콜릿을 주고받는 날이라고 하니, 알타이르에게 묘하게 들뜨는 기분을 심어주었다. 마침 담 씨랑 내일 만나니까, 초콜릿을 만들어드려야겠다. 담 씨도 초콜릿을 좋아하실거야. 알타이르는 재빠르게 옷을 갖춰입고,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든 채로 집을 나섰다.

초콜릿을 만들려면... 알타이르는 이것저것 만드는 재주가 좋은 편이어서, 어느정도 만들고 싶은 것들은 거의 레시피 없이 만들어내는 편이었다. 초콜릿을 녹여서 만들어야하니까 초콜릿을 사야지. 수두룩한 초콜릿들 사이에서 잠시 주춤거리던 알타이르는 곧 카카오 함량이 가장 높은 초콜릿을 두 손 가득 빼내 장바구니에 담았다. 시중 초콜릿을 녹여 모양만 바꿀 생각이었으므로 부가 재료를 구매하지 않은 채였다. (당연히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이 좋은 거겠지, 라고 생각하는 알타이르는 안타깝게도 높은 카카오 함량의 초콜릿이 사랑스럽고 달콤해서 대중적인 밀크 초콜릿보다 꽤 쓰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커스터드 크림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앞에서도 잠시 망설이던 알타이르는 곧 그 코너를 벗어나, 하트 모양의 초콜릿 틀과 무지개 색의 알록달록한 가루들을 집어들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늘 들르던 훈련장의 일정을 뺀 알타이르는 빠르게 집에 도착해서는 곧장 요리 준비를 시작했다. 옷을 정리해두고 앞치마를 걸치고서는, 소매를 걷어올리고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을 끓이고 그 안에 초콜릿을 담은 통을 넣어 중탕시키고, 뜨겁게 녹은 초콜릿을 녹였다. 커다란 냄비 속 거의 가득히 들어찬 초콜릿의 양은 어마어마했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듯 알타이르는 거품기를 가지고 열심히 초콜릿을 저어 녹였다. 잘 녹아든 초콜릿을, 역시나 큰 식탁 위 가득 놓인 하트 모양의 초콜릿틀 위로 초콜릿을 부어 옮기고, 그 안에 아몬드를 넣어 다시 초콜릿을 덮어 완성하고는 냉장고에 가득가득 그것들을 채워넣었다. 냉장고의 네 다섯 층을 가뿐히 차지한 초콜릿들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그는 남은 초콜릿을 살뜰히 모아 두고는 초콜릿이 굳기를 기다렸다가, 초콜릿을 꺼내 상자에 담았다. 아니 담으려고 했다. 워낙 초콜릿을 많이 만든 탓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통에 초콜릿이 모두 들어가지 않아 결국 알타이르는 다시 한 번 급하게 외출을 감행했다. 자그마한 네모 상자 대신 커다란 초콜릿통을 사 온 알타이르는 마지막으로 각종 장식을 올려 꾸민 초콜릿을 통에 가득히 담았다. 팔뚝 길이정도 되는 꽤 깊고 큰 통을 가득 채우고서 내일 잘 가지고 나갈 수 있게 챙겨두고 알타이르는 뿌듯하게 하루 일과를 마쳤다.

점심에 만나기 위해 알람을 맞춰두고 제법 일찍 일어난 알타이르는 곧장 담에게 연락을 해 두었다. '일찍 일어났네 알~' 웃음이 풍겨져 나오는 듯한 답장에 알람을 설정해두고 바로 일어났다는 말을 자랑하듯 열심히 써서 보내 둔 알타이르는 옷장 앞으로 다가갔다. 당연하게 옷장에서 정장을 꺼내들었다가 잠시 고민한 후에, 정장이 들어있는 옷장에 비해 많이 빈 옆 옷장에서 검은 니트를 꺼내들었다. 애초에 사적인 약속이 많이 않은데다가 옷도 거의 정장 뿐이었지만, 데이트를 하는 날이니까. 그는 스스로도 다소 어색한지 몇 번이고 옷차림을 만지작거리다가, 결심한 듯 니트를 입고 커다란 흰 롱패딩을 걸쳤다.
조금 이르게 만나기로 한 사거리 앞에 선 알타이르는, 담이 오는 쪽을 바라보고 서 있다가, 역시나 약속 시간보다 빠르게 나온 담이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알타이르는 제법 멀리 있는 담을 부르지는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몸을 움직이다가, 마침내 담과 눈이 마주쳤다. 담은 멀리서 알타이르의 모습을 보자마자 알~! 하고 크게 부르며 손읗 흔들어주었다. 알타이르는 그제야 활짝 마주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알타이르는 벽 쪽에 서서 담을 기다리다가, 담이 건너려는 횡단보도 코 앞으로 후다닥 다가와 담과 함께 신호를 기다렸다. 신호가 바뀌면 금방이라도 달려올 듯한 알의 모습을 바라보며 담은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며 마지막으로 피던 담배를 마저 빨아들여 피우고, 신호가 끝날 때 쯤 구둣불로 지져 껐다. 평소에는 알타이르와 한 손을 마주 잡으면 다른 손으로 담배를 피우기도 했지만, 오늘은 다른 손에 들린 것이 있어서 그게 힘든 탓이었다.

"담 씨!"

알타이르는 어차피 담이 건너와야 하는 횡단보도인데도 마중나가듯 후다닥 달려가 담의 손을 꼭 잡았다. 주인을 찾는 강아지같은 알타이르의 모습은 언제나 차가운 얼굴과 대조되는 매력이 있었다. 사실 담은, 어느새 무표정하거나 차가운 이미지의 알타이를 잊어버린 지 오래지만. 꼭 힘을 주어, 하지만 혹시나 담이 불편할까봐 조심스럽게 손을 잡은 채로 알타이르는 담에게서 시선을 떼질 못했다. 앞에를 봐야지, 응? 해도 잠시 앞을 보다가 곧 다시 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담은 알타이르와 잡은 손을 꼭 마주 힘주어 잡아주었다.

"잘 지냈지?"

"그럼요."

"에이~ 이럴 땐 '담 씨 보고싶어서 잘 못지냈어요.' 하는거야!"

"아..."

"크하학, 장난이야 장난."

"보, 보고싶었어요!"

"알아. 나도 보고싶었거든."

어제 시험장에서 있었던 일이라며 장대한 경험담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는 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여주던 알타이르는 담과 함께 어제 미리 이야기 해 둔 가게에 들어서 예약된 자리에 앉았다.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어 몰랐지만, 담의 다른 손에도 알타이르와 같이 쇼핑백이 들려 있는 채였다. 알타이르가 제 하얀 롱패딩과, 담의 검은 롱패딩을 정리해두는 사이에 담이 먼저 말을 꺼냈다.

"어라? 너 뭐 가져왔어?"

"아.. 저요?"

먼저 이야기 할 기회를 놓쳐서인지, 머쓱해하던 알타이르는 곧 제가 가지고 온 쇼핑백을 담의 앞으로 내밀었다. 깔끔한 크림색 쇼핑백 안에는 언뜻 봐도 커다란 크기의 초콜릿 통과, 어제 알타이르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구매한 지게나의 새끼 모양을 한 작은 인형이 들어있었다.

"우와! 인형이야? 크하하, 지게나의 새끼 모양이잖아, 응? 내가 본 지게나의 새끼랑 진짜 똑같이 생겼어! 이건 초콜릿통이야? 헥, 엄청 크네!"

요리조리 돌려보고 이리저리 만져보며 웃음이 가시질 않는 담의 모습에, 알타이르는 손가락들을 깍지 끼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담이 해맑게 좋아하는 모습이 예뻐보여 두근두근거리면서도, 귀 끝에 불이 붙듯 뜨거운 감각이 영 낯설지만 싫지가 않았다. 그런 알타이르의 얼굴을 본 담은 한 번 더 웃음을 터뜨리며, 제가 준비한 것을 내밀었다.

"자, 알. 나도 준비했어. 원래 발렌타인 데이에는 여자가 주는 날이라서, 너가 줄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고마워."

담이 알타이를 위해 준비한 것은 시중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것으로 통하는 브랜드의 생초콜릿이었다. 짙은 네이비 색 쇼핑백을 열자, 흰 리본으로 감싸진 초콜릿 상자가 나왔다. 제법 아담한 상자 안에는 풍미 가득한 초콜릿이 곱게 놓여 있었다.

"감사해요, 전 발렌타인데이가... 연인들이 서로 주고 받는 날이라고 생각해서 준비했어요."

"아무렴 어때. 언제나 받는 건 좋은걸. 네가 다 만든거야?"

"네. 잘은 못하지만..."

"못하긴. 하트 모양도 예쁘고, 응? 난 좋아."

담은 바로 초콜릿 한 알을 꺼내 입에 가득 물었다. 꽤 큼지막한 크기의 초콜릿은, 다크 초콜릿이어서 쌉쌀한 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나 다크 초콜릿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담은 환하게 웃어보였다. 맛있어. 척 엄지를 들어올려주는 담의 모습에, 알타이르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저도 담이 준 초콜릿의 포장을 뜯어 작은 네모 모양의 초콜릿을 하나 꺼내 입에 집어넣었다. 달콤한 향에서부터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달콤하게 입 안에서는 녹아내렸다. 묵직하고도 유려한 맛이 혀 끝을 맴돌았다. 입에서 녹는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알타이르는 여태 먹어본 중 가장 달콤하고 맛있는 초콜릿의 맛에 눈이 동그랗게 커진 채로 담을 마주보았다.

"맛있어?"

"네. 진짜, 진짜 맛있어요. 엄청 달아요."

"너 원래 단 거 잘 먹잖아. 부담스럽지 않게 단 맛이라고 하더리고. 제일 잘 나가기도 하고."

알타이르는 문득 어제 제가 만들면서 미리 먹어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담이 준 초콜릿은 향부터 제 것과 달랐기 때문에, 문득 불안감이 스친 탓이었다.

"많이 쓰지 않아요? 제가 만든 건, 이거랑 많이 다른 거 같은데."

"당연히 다르지,"

"..."

"만, 그게 매력 아니겠어, 응? 네가 만들어준 거니까."

그리고 난 원래 다크 초콜릿 좋아한다니까. 담은 풀이 죽은 듯 했던 알타이르의 얼굴이 다시 천천히 밝아지는 걸 보면서 씩 웃었다. 사실 쌉싸름한 맛이 강했지만, 제 입맛에는 꽤 괜찮게 먹어중만 한 정도였던 데다가, 열심히 만들었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난 맛있는 거 같아. 하트 모양도 귀엽고. 다음에도 잘 만들어 줄거지?"

"그럼요!"


알타이르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달짝지근한 향이 은근슬쩍 겹쳐지는 두 사람의 손, 장난스럽고 애정어린 손장난과 터지는 웃음소리 사이로 한껏 넘나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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