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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알

담알 마피아 au



w. 쿠엔

알타이르는 조용히 숨을 죽인 채 스코프 너머를 응시했다. 꼬박 반나절이 넘는 기다림 끝에 마침내 타겟이 시야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온통 검게 어둠이 내려앉은 곳,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되지 않을 고요함 속에, 그는 미동도 없이 오롯이 타겟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인이어를 통해 아직까지는 신호가 내려비지 않았다. 조용한 공기 속에서는 귀로 흘러들어오는 전자 기계의 약한 전자 소리마저 제 심장박동보다 크게 들릴 정도로 곧 이어질 사인에 집중한 상태였다. 마침내, 저격 신호가 떨어지고 그는 온전하게 호흡을 참은 채로 방아쇠를 당겼다. 반동과 함께 순식간에 발포된 총알이 정확히 타켓의 머리를 관통했다. 주변에 목격자도 아무도 없었고, 타켓은 그대로 쓰러졌으나 알타이르는 여전히 미동 없이 한참동안 타겟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었다. 다소 잔혹한 장면이었으나, 반드시 시선을 떼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출혈량과 움직임이 없는 것을 통해 완벽히 사살했음을 확인해야했다. 다소 감성적인 생각은 모조리 지워내고 오로지 타겟의 상태만을 바라보다가, 타겟이 사망 상태임을 확실히 확인하고서야 알타이르는 참았던 숨을 작게 내쉬었다. 내내 얼음이 물려 있던 입 안이 차가웠다. 혹시나 타겟이 홀로 온 것이 아닐까, 추가로 나타난 일행이 없는 것 역시 확인한 뒤에야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차가운 산 속에서 혹시나 체온이 올라가 입김이 나올까 얇은 옷차림으로 타겟을 기다리던 몸은 다소 얼어 있었다. 8시간이 넘는 동안 식사는커녕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같은 자세로 굳어 있던 것도 한 몫을 했다. 확실히 뻐근한 감각은 있었지만, 그래도 임무를 완수했다는 후련함과 복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더 컸다. 그는 들고 있던 총을 정리하고, 무전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타켓 사살 완료. 복귀합니다.”

그리고는 조용한 발걸음으로 현장을 벗어났다.


***


워낙 늦은 밤, 아니 매우 이른 새벽에 가까운 시각이었기 때문에 본부에는 사람이 적은 편이었다. 본부에 들어서자마자 알타이르는 무기를 정리하고, 슈트를 벗어 정리하고, 탄창을 정비해야겠다고 할 일의 목록을 떠올렸다. 여전히 차가운 기운이 있는 몸의 체온을 올리기 위해 알타이르는 일부러 계단을 걸어오르기 시작했다. 계단 바로 옆에는 층계마다 발코니가 이어져 있고 복도가 이어져 있었다. 찬찬히 층계를 하나씩 걸어 올라갈 적마다 어두운 계단 층에 불이 들어왔다. 목표하던 층으로 올라가던 알타이르는 윗 층의 계단에 반짝 불이 켜짐과 동시에 문득 익숙한 담배의 향을 맡고 걸음을 멈추었다. 원래는 두 세 층계를 더 올라가야 했지만,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익숙한 향이었다.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틀어 그는 반 층계만 올라가 발코니 쪽으로 움직였다.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는 담배의 알싸한 향. 그리고 알타이르는 복도에 기대어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담을 마주했다.

“담 씨!”

담 역시도 발자국 소리만 듣고서도 알타이르인 줄 알았던 듯, 알타이르가 층계에서 벗어나 발코니 쪽으로 쏙 고개를 내밀었을 때 이미 웃으며 알타이르 쪽을 바라보고 있던 참이었다.
성큼성큼 달리듯이 가까워진 알타이르가 담을 바로 끌어안았다. 담은 알타이르를 마주 끌어안은 채로, 닿아오는 그 뺨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찬 바람을 맞으며 밖에 오래 있었던 탓인지 뺨이 차가웠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 둔 담배를 툭, 바닥으로 떨구고 신발로 짓이겨 밟아 익숙하게 담뱃불을 끄고 담은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알타이르의 뺨을 붙잡았다. 알타이르의 호흡과 웃음으로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까지가 생생히 느껴졌다.

“얼굴이 차갑네, 대기가 길었나봐. 응?”

“8시간 정도... 그렇게 길진 않았어요.”

“고생했어.”

“시간이 늦었는데, 안주무시고.”

알타이르는 담의 어깨를 감싸 안고 말없이 어깨에 고개를 부볐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알타이르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임무에 나서면 담은 그 시간이 몇 시가 되든, 자신이 무사히 복귀할 때까지 항상 잠에 들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바로 담에게 연락을 해주고 싶었으나 무전기 외에 통신수단을 가지고 현장에 나갈 수 없으니, 자신이 돌아온 모습을 보는 것이 담이 가장 안심할 수 있는 확실한 확인 수단이었다. 알타이르는 제 무전이 항상 담에게 들리도록 설정해두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도청과 무전기를 빼앗겼을 때의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설정해두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건 아마도 담이 무전으로 제 안위를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제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어둠을 깜빡깜빡하게 밝히는 분홍 빛 눈동자가 황홀하게 빛이 났다. 알타이르는 다시금 자신이 복귀해 이곳에 돌아와 있음에, 담과 함께 하고 있음에 감사했다.
알타이르는 여전히 제 두 뺨에 손을 가볍게 올리고 온기를 나누어주려는 듯 한 담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 몸을 밀착했다. 품에 안기듯 들어오는 몸을 끌어안고 알타이르는 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한 번, 가볍게 맞추었다가 떼어내니 담이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알타이르를 올려다 본다. 두 번, 다시 이마에 입을 맞추고 나니 알타이르도 그 온기와 따스함에 저절로 웃음기가 섞인 얼굴이었다. 세 번, 다시 이마에 입을 맞추려는데 담이 재빠르게 까치발을 들고 알타이르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어왔다. 뜨겁고 말랑한 감촉, 알타이르는 순식간에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살짝 겉으로 팔을 두르고만 있던 담의 어깨를 품 안으로 완전히 감싸 안았다. 따끈한 온기와 차분한 호흡이 품 안으로 가득 스며왔다. 마음이 안정되면서도, 가득히 부풀어오른다.
알타이르는 담의 몸을 천천히 이끌어 완전히 벽에 기대도록 돌리고, 제 팔로 담이 바로 벽에 닿지 않게 감싼 채로 부드럽게 입술을 파고들었다. 방금 전까지 얼음을 물고 있던 입술과 입 속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차가운 입술과 혀가 뜨겁게 담과 맞닿으면서 차가운 기운이 순식간에 매끄럽게 녹아내렸다. 담은 여전히 알타이르의 뺨을 감싸고 있던 손을 뻗어 알타이르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사륵사륵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결 좋은 머리카락의 느낌과, 목이 말랐던 것처럼이나 한참을 애가 닳도록 혀를 섞어오는 감각이 좋았다. 가쁘게 호흡을 몰아붙여 가다가, 살짝 고개를 떼어내면서 호흡을 갈무리한다. 담은 손끝에 스쳐오는 알타이르의 귓바퀴를, 주로 귀걸이가 걸려 있으나 현장에 나갈 때면 비어 있는 부분을 어루만졌다. 금세 떨어질 줄 알았으나, 알타이르는 담의 뒷머리를 큰 손으로 가볍게 감싸 안고 이번에는 제가 먼저 입술을 포개어왔다. 제법 빠르게 다가서는 것 같으면서도, 차분하게 입술이 맞닿는다. 몸을 밀착시킬 때는 빠르게 다가오고서, 얼굴이 가까워질 때는 마치 클로즈업 되듯 천천히 다가와서는 서로의 코가 맞닿을만큼 가까워지면 아슬하게 고개를 틀고 입술을 포갰다. 차근차근, 그러나 어느새 훅 빠져버리던 그의 사랑방식과도 닮아 있었다. 농밀하게 혀를 섞고, 담이 조금 더 고개를 꺾어 깊숙하게 들어오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이며 담의 뒷머리를 감싸던 손을 움직이려다가, 아차하는 듯 멈추는 것까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크흡, 저절로 웃음이 터지려는 담을 붙잡은 채 기어코 길게 키스를 마친 알타이르가 천천히 고개를 뒤로 물린다. 담은 그제야 터지려던 웃음을 뱉어낸다.

“머리 푸르려고 했지, 응?”

모르는 척 하고 싶었던 듯, 알타이르는 키스에도 붉어지지 않던 얼굴을 그제야 붉혔다. 큭큭, 그런 알타이르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이 웃던 담은 순식간에 쪽, 하고 알타이르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해주며 말했다.

“그건, 집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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