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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쿤

[밤쿤] Happy Birth- Day & Night (Day)

[밤쿤] Happy Birth- Day & Night (Day)

w. 쿠엔

쿤은 무료한 표정으로 컴퓨터의 화면을 들여다보며 마우스를 움직이다가, 책상 전체를 미묘하게 흔드는 진동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현장 업무 중에 팀원들과의 연락을 위해 쓰는 업무용 핸드폰에, 한창 사무 업무 중인 지금 연락이 올 사람이 없는데. 싶어 쿤은 무신경하게 전화기를 내려다보았다. 전화의 발신자를 보았을 때는 저장되지 않은 이름이라는 말만 둥둥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번호가 눈에 아주 익었다는 게 문제였다. 쿤은 드물게 놀라 핸드폰을 급하게 집어 들었다. 때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밥을 먹으러 나가려는 부산한 찰나여서 다행이었다. 쿤은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숨기듯이 손 안에 쥐고 사무실을 자연스럽게 빠져나왔다.

- 쿤 씨!

쿤이 전화를 받자마자 여보세요, 라던가, 너 지금 전화하면 어떡해? 와 같은 소리를 꺼내기도 전에 반대편에서 잔뜩 들뜬 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쿤은 벽에 기대어 서 전화기의 음량을 줄였다. 밤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설렘과, 그 사실을 들켜서는 안 된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연이어서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업무용 핸드폰으로 전화하면 어떡해? 깜짝 놀랐잖아.”

- 쿤 씨가 개인 핸드폰으로 연락을 안 받으시는데 어떡해요...

아. 그제야 쿤은 어제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서부터 개인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차피 개인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는 사람은 밤뿐이었고, 집에 들어가면 늘 밤이 있었으니 집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개인 핸드폰을 쓸 일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출근을 하고 부터는 밤과 개인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무음 설정을 해 놓은 것을 잊어버리고 있어서 내내 연락을 받지 못했다.

“미안. 어제 무음으로 해놓고 잊어버렸네. 지금 들어가면 다시 진동으로 바꾸어놓을게.”

- 알겠어요. 일은 바빠요?

다정하게 물어오는 목소리에 당장에 너를 보러 퇴근하고 싶다는 투정 섞인 소리가 목 끝까지 올라왔으나, 쿤은 침착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은 좀 한가하네. 내내 다른 업무만 보고 있었어.”

늘 아침에 출근하면 어제 저녁에 어느 지역에서 싸움이 일었다느니, 몇 명이 다쳐서 실려 갔다느니 같은 말을 들으며 이 사건 저 사건 현장으로 처리하러 다니기에 바빴던 쿤은 정말 오늘따라 조용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했다.

- 다행이에요. 쿤 씨가 어제 피곤하다고 하시길래, 제가 어제 저녁부터 오늘까지 설치는 놈들 가만 안둔다고 했었거든요. 말을 잘 들어줘서 다행이네요.

아...? 쿤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새삼스럽게 밤의 목소리가 선뜩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뒷 세계에서 목소리 하나로 모든 것을 호령한다던 그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이럴 때면 정말 사실이었구나 싶었다. 제게는 한 없이 다정하고 순하게 웃어오기만 하는 밤의 모습 뒤에는 망설임 없이 칼이나 총을 휘두르며 수십 수백의 사람들을 손짓 하나로 죽이고 살리는 비올레가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그렇게까지 안 해줬어도 되는데. 물론 나는 한가하고 좋긴 하지만.”

-일찍 들어와요. 일 적으면 일찍 퇴근할 수 있다고 하셨죠?

“알았어, 노력해볼게. 넌 일찍 들어와?”

-저는 오늘 출근 안했어요.

“진짜? 그래도 돼?”

-그럼요. 여기는 쿤 씨가 다니는 곳만큼 체계적인 곳이 아니니까요.

체계적인 곳이 아닌 게 아니라, 너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거 아닐까... 하는 말을 속으로 삼키면서 쿤은 일찍 들어가 보겠다는 말을 다시 해주었다. 밤은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들뜬 목소리로 퇴근할 때 연락 달라는 말과 함께, 밥 꼭 챙겨 드세요. 하고 당부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쿤은 바로 통화 목록을 삭제하고 업무용 핸드폰을 주머니 안쪽에 밀어 넣었다. 아무래도 업무용 핸드폰이기에, 발신자 번호가 저장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회사 안에서 오래 전화를 하는 건 위험했다. 쿤은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밤에게 온 연락을 확인하려 개인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여러 통 밀린 전화와 문자들을 찬찬히 확인해가면서 화면을 내리는데 막 밤에게서 도착한 새로운 문자가 화면을 채웠다. ‘케이크는 제가 준비 해둘 테니까 몸만 들어와요.’ 케이크? 쿤은 고개를 갸웃하며 날짜를 확인했다. 11월 29일. 오후 12시 03분. 이렇게 바쁘게 살다보니까 생일마저 잊는구나, 싶어 쿤이 허탈하게 웃음 지었다.
생일이면 일찍 들어가 봐도 되지 않을까. 마침 한가한 업무에, (물론 다 밤이 만들어준 조건이지만) 생일이기까지 한데 조금 일찍 퇴근해도 되겠지, 하고 생각한 쿤은 그래도 업무는 마치고 퇴근하기 위해서 최대한 업무에 집중했다. 점심은 건너 뛴 채였다. 밤이 밥 챙겨 먹으랬는데... 하고 잠시 머릿속에 퍼뜩 밤의 말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일찍 퇴근하려는 쿤의 노력은 결국 빛을 발했다. 간단한 생일 축하 인사를 받으며 쿤은 정시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로비를 지나 커다란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확 끼쳐드는 한기에 쿤이 외투를 여몄다. 눈앞에는 새하얀 눈송이가, 팔랑팔랑 내리는 모양으로 시선을 온통 사로잡았다. 눈이 내리는 날은 유난히 체감 온도가 높은 편이었다. 어릴 때에는 눈이 포근하게 덮어주니까! 해버리고 말았지만 다 커버린 지금에도 쿤에게 눈은 늘 사람을 감싸주는 느낌을 주었다. 겨울에 태어나서, 눈을 보며 자라나서 눈이 내리는 모습을 좋아했는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눈을 가지고 유치한 장난이나마 해 본건, 함께 눈사람을 만들어 본 밤과의 놀이가 처음이었다. 다 큰 어른이 되어 만난 밤이었지만, 밤은 제가 한 번도 눈으로 놀아본 적이 없다는 말에 놀라더니 곧장 커다란 마당으로 나가 제 손을 잡고 눈사람을 만들었었다.
어때요? 멋지죠? 하면서 어른의 키에 다다를 정도로 큼직하게 만들어진 눈사람은 어디까지나 손재주가 좋은 밤의 솜씨였다. 멋져. 라고 쿤은 작게 웃으면서 제 모자를 눈사람에게 씌워줬었다. 그러자 곧바로 밤이 제 모자를 쿤에게 씌워주었었다. 왜 애꿎은 네 모자를 사람도 아닌 눈 위에 씌우고 그래. 환청 같은 핀잔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런 핀잔은 없었다. 대신에 제게 다시 모자를 씌워주는 애정 섞인 손길이 있었다. 온기가 그대로 남은 그 모자가 좋았다. 분명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제 가족들이라면 핀잔을 했을 텐데 싶었다.
멍하게 생각에 잠긴 쿤의 뒤에서 쿤을 안아오며 밤이 속삭였다. 내일 모레에 눈사람이 녹아버리면, 또 만들어요. 내년에도 또 둘이 눈사람을 만들어요, 그렇게 함께 해요. 그 겨울날은 살아오며 겪은 겨울 중 가장 따듯하고 포근했다. 봄에도 쉽게 느껴보지 못한, 마음으로 스며드는 따스함이었다. 쿤은 눈사람을 바라보던 시선을 떼어내고 몸을 돌려 밤을 마주 끌어안았다. 활짝 웃으며 저를 안아주던, 그리고 입술을 맞춰오던 그 날이 작년 겨울쯤이었다. 12월 어느 날. 그 때는 밤과 만난 뒤 처음으로 눈이 오던 때였다. 그리고 오늘은 올해의 첫눈이었다. 밤과 함께 맞이하는.
사박사박 얕은 걸음이 눈 위로 이어졌다. 회사에서 집까지가 짧은 거리는 아니었지만 많이  춥지도 않고, 눈도 오니 가볍게 걸어가던 참이었다. 문득 제 뒤를 좇는 기척에 쿤이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오랜 기간 형사 생활을 하며 감이 늘어 사람의 기척에 민감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에 잠겨있던 참이라 몰랐던 걸까 싶어 쿤이 곧장 기척이 느껴지는 골목 안쪽으로 고개를 내민 순간, 손에 들린 게 없다는 표시로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웃어오는 사람은 바로 밤이었다.

“... 밤!”

“쉿.”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일을 할 땐 늘 검은 옷만 입는 밤은 몰래 저를 만나러 올 때는 일부러 밝은 옷을 입곤 했다. 아니, 검은 색보다는 밝은 옷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회색 후드에 갈색 코트를 걸친 밤이 한 걸음에 달려오듯 빠르게 걸어 와 쿤을 끌어안았다. 목도리를 감아 눈만 드러나 있어서 사실 쿤만 그를 알아볼 수 있기는 했지만, 또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인데다가 오늘 하루 종일 조용했으니 회사에서도 긴장이 풀어진 상태라고는 했지만 쿤은 심장이 철렁했다.

“위험하게, 어떻게 이 근처에 왔어...! 추운데 집에 있지.”

“좋은 날이니까 이 정도는 봐줘요. 아까부터 보고 싶어서 못 견디겠던걸요.”

커다란 강아지처럼 제 정수리에, 제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말하는 걸 안아주면서 쿤은 그래, 그래 해버렸다. 좋은 날이었다. 눈이 내렸고, 제 생일을 맞이했다. 그것도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밤은 쿤이 눈을 좋아하는 걸 알아서 차를 가져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함께 걸어가자고 말했다. 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밤의 손을 맞잡았다. 일부러 조용한 골목길로 들어서 걷는 내내 뽀득뽀득 눈 위에 발자국 남는 소리가 소복하게 귀에 젖었다.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털장갑보다는 밤의 맨 손이 훨씬 따뜻했다. 그래서 쿤은 밤의 손을 잡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의 손에 비해서 제 손은 늘 차가운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은 늘 쿤의 손을 맨 손으로 잡아주었다. 손 시렵잖아. 하고 쿤이 말하면 함께 잡은 손을 주머니에 넣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쿤이 핫팩을 쥐어 주어도 싫다고 더 차갑게 얼은 쿤의 손을 잡아왔었다. 저 혼자 더 따뜻한 것 보단 같이 따뜻한 게 좋아요. 쿤 씨 손은 제가 잡아주지 않으면 늘 너무 차가우시니까... 하던 밤의 손은 늘 제 손보다 뜨거웠고, 마주 잡으면서도 얼지 않았다. 쿤은 마주 잡은 두 손에 송글송글 땀이 나도 손을 빼내지 않는 밤의 덤덤함이 좋았다. 밤은 오늘도 집에 다다를 때 까지, 맞잡은 쿤의 손을 놓지 않았다.

“춥죠? 씻으실래요? 눈이 녹아서 옷이나 머리도 젖으셨을텐데.”

“괜찮아. 옷만 갈아입을게.”

집 안은 밤이 일부러 보일러를 끄지 않고 나온 듯 차가운 눈과 바람에 젖은 두 사람을 감아오는 공기가 따끈했다. 밤이 같이 씻자고 끌어안아 오는 걸 애써 밀어내며 쿤이 장난스럽게 밤의 어깨를 툭 쳤다.

“해도 아직 안 졌는데 왜 이렇게 조급해.”

해가 지면 어떤데요? 하고 밤은 짓궂게 물어왔다. 몰라. 쿤이 홱 몸을 틀어 문 쪽으로 다가가려는 찰나 허리 전체가 확 끌어당겨졌다. 너, 옷은 입고..! 함께 옷을 갈아입는다고 들어와서는 젖은 옷만 벗은 채로 저를 끌어안아오는 밤의 온기가 그대로 얇은 쿤의 옷 안으로 파고들었다. 저는 지금도 괜찮은데. 은근하게 쿤의 옷 안으로 파고들려는 손을 쿤이 다시 한 번  밀어냈다.

“배고픈데. 우선 밥부터 먹는 건 어때? 응?”

“점심 안 드셨어요?”

밤은 그제야 한 발 물러섰다. 점심 드시라고 당부 했는데. 밤은 서운한 듯 말꼬리를 늘어뜨리면서도 쿤을 데리고 식탁으로 이끌었다. 일찍 퇴근하려고 했지. 퇴근하고 밥 같이 먹으려고! 쿤은 나름의 항변을 했다.
밤은 잠시만요. 하고 쿤을 문 뒤에 두고 혼자 거실로 쏙 빠져나가더니 곧 다시 쿤을 불렀다. 쿤이 좋아하는 양식 위주로 다채롭게 차려진 식사, 그리고 그 중심에는 케이크가 있었다. 세상에. 쿤은 감탄하면서 식탁으로 다가갔다. 가벼운 식사는 자주 밤이 준비했지만, 케이크도 만들 줄 아는 줄은 몰랐는데. 어디서 사왔다고 해도 믿을 만큼 훌륭한 모습을 한 케이크가 밤의 솜씨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케이크 위에 정성껏 쓰인 제 이름덕분이었다. 보기만 해도 달짝지근한 시럽이 생크림으로 덮인 케이크 위에 쿤의 이름을 그리며 반짝이고 있었다. 쿤은 식탁을 사이에 두고 밤을 마주보며 웃었다.

“어떻게 다 준비했어. 이렇게 많이...”

“별 거 아니에요. 아,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사실 이것도 별거 아니지만 생일에 챙겨드리고 싶어서 준비했어요.”

밤은 이어서 쿤에게 상자를 내밀었다. 화려한 보석이 박힌 피어싱이었다. 자색을 띄는 보석이 반짝였다. 거래 중에 이 귀하다는 보석을 처음 본 순간 쿤이 생각나서 챙겼었다. 낮과 밤에 색이 변하는 것도, 그 색이 영롱하게 아름다운 것도, 두 빛의 느낌이 사뭇 다르면서도 우아한 것이 꼭 그를 닮았었다.

“알렉산드라이트에요. 낮에 햇빛을 받으면 청록색 빛이 나지만, 밤에 실내에서의 빛을 받으면 지금처럼 자색이 되는 예쁜 보석이에요.”

쿤씨에게 어울려요. 밤은 굳이 어디서 구했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 웃었다. 쿤은 반짝이는 피어싱을 집어 들었다. 끼워줄래? 하고 밤에게 묻자 네! 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피어싱을 받아들었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쿤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 준 밤이 끼워져 있던 쿤의 푸른 빛 피어싱을 빼내고 매혹적인 자색 보석이 반짝이는 피어싱을 끼웠다. 조명 아래 반짝이는 영롱한 자줏빛. 밤은 천천히 쿤의 귓가에 입을 맞추었다. 감사해요. 속삭이는 목소리가 사근사근 부드러웠다. 내가 해줘야 하는 말인데. 쿤이 낮게 웃었다.
쿤은 대답해주고 싶었던 말을 삼키면서 대신 맞잡았던 밤의 손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식탁이 사이에 있었지만 밤이 몸을 일으켜 쿤이 원하는 대로 몸을 숙였다. 선물처럼 입술이 맞닿았다. 바깥에서 나눴던 키스보다 훨씬 뜨거웠다. 집 안의 온기처럼 둘의 입술이 달아올랐다. 밤이 어정쩡하게 일어나 쿤 쪽으로 상체를 기울여서 하던 키스는 쿤이 먼저 밤의 어깨를 밀어내면서 잠시 멎었다. 가쁘게 호흡하면서 입술을 닦아내는 밤은 제 쪽으로 식탁을 돌아 넘어오는 쿤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다시 입술이 부딪혔다. 밤은 쿤의 허리를 안고 천천히 쿤의 몸과 함께 걸음을 내딛었다. 밤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을 때마다 쿤의 걸음은 뒤로 내딛게 되었다. 둘의 걸음이 흥분으로 휘청이면서도 침착했다. 밤이 곧 입술을 떼어내더니 무언가 잡으려는 듯이 바깥쪽으로 손을 내뻗었다. 여분의 콘돔이야 어디든 비치되어 있었기에, 부엌 찬장에서 콘돔을 꺼내려나 싶었는데 밤의 손은 냉장고를 열었다.

“쿤 씨를 위해 케이크를 하나 만들면서, 저를 위한 것도 하나 마련할까 했어요.”

응? 되물으려는 말이 단번에 입속으로 묻혀 들어갔다. 혀 사이로 굴려지던 말이 정신없이 얽히는 혀에 의해 다시 제가 삼켰는지, 밤에게로 넘어갔는지 모를 일이었다. 밤은 한 손에 어떤 상자를 든 채로, 다른 한 손은 여전히 쿤을 안은 채로 쉴 새 없이 쿤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잠시 호흡을 고를 틈이 되어서 뭘 꺼냈냐고 물어볼라 치면 밤은 다시 입을 맞춰왔다. 말을 꺼낼 틈이 없었다. 나중에는 호흡을 고를 틈마저 없어, 쿤은 제 다리에 침대가 걸리는 것이 느껴져 밤이 누르는 대로 뒤로 몸을 넘길 때쯤엔 호흡이 부족하다고 느끼던 참이었다. 쿤을 침대 위에 바르게 눕히고, 그 위에 타고 오르더니 쿤의 옷을 벌려내느라고 잠시 키스를 멈춘 밤의 뒷머리를 안으면서 쿤이 그렇게나 묻고 싶었던 물음을 드디어 물었다.

“냉장고에서 뭘 가지고 온 거야?”

“직접 느껴보시는 게 어때요?”

“조금 차갑긴 하겠지만 분명 쿤 씨도 좋아하실 거에요.”

밤이 침대 옆에 내려 둔 네모난 통을 열자 드러나는 건 새하얀 눈 같은 크림이었다. 생크림? 놀라 동그랗게 눈을 키운 쿤의 어깨를 쓰다듬으면서 밤은 망설임 없이 손을 움직였다. 밤의 손가락 끝에 가득 묻은 생크림이 쿤의 목덜미에 와 닿았다. 차가워..! 쿤이 몸을 움츠리려는 찰나, 뜨거운 혀가 크림을 핥으려는 듯 쿤의 목덜미를 탐하려는 듯 닿아왔다. 헉, 쿤이 얕게 숨을 삼킨다.

“저도, 맛있는 걸 먹고 싶어요.”

허락해줄거죠? 내려앉는 목소리가 첫눈만큼이나 포근했고 따듯했다. 내가 어떻게 널 거절할 수 있겠어. 쿤은 천천히 밤의 목덜미에 팔을 걸어 끌어안았다. 허락의 의미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밤이 곧장 몸을 더 기울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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