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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쿤

[밤쿤] The winning game

-신의탑 60분 전력 '게임'

[밤쿤] The winning game

w. 쿠엔

레로 로의 신수 장벽 통과 시험은 사실 탑에 익숙하기도 힘든 초보 선별인원들이 느끼기에  아주 어마무시 해보였지만, 사실 앞으로 탑을 올라가면서 계속해서 감당해야 하는 신수의 농도가 실제로 높은 것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시험 중에 하나였다. 랭커가 자신의 강한 힘으로 만들어낸 신수 장벽이 모두를 튕겨내고 났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멍하니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밤을 보며, 쿤은 분명히 그가 우연히 그 곳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의 옆에 서 있었고, 이러한 신수 저항력 시험에 대하여 전혀 준비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준비랄 것도 없이 애초에 신수를 다룰 줄 모르는 상태이기도 했으니. 그러나 밤만 튕겨져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그에게는 신수에 타고난 ‘무언가’가 있는 것이리라. 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레로 로와의 대화에 한창인 밤을 다시 바라보았다. 푸른 신수 장벽 너머, 그 힘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선별 인원.
쿤은 신수 장벽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가, 그대로 몸을 통과시켰다. 10가문의 자제에게 그 정도 신수는 그닥 큰 어려움이 아니었다. 만바론데나가 문제였지만, 몇 번씩 신수 장벽 앞에서 퉁 퉁 튕겨 나오던 것을 인내심을 가지고 꾹 끌어당긴 끝에 속에서도 결판이 났는지 가방이 딸려왔다. 밤! 부르자 쿤 씨! 하는 밤의 대답이 들려왔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밤은 쿤을 살갑게 맞았다.

“밤, 어떻게 된 거야?”

“하하, 레로 로 씨가 말씀하시기로는, 운이 좋아서 제가 튕겨나가지 않은 것 같다고 하시네요.”

그럴 리 없는 걸 알고서도 저런 이야기를 했나. 쿤은 이미 멀어져 다른 선별인원들이 신수 장벽을 건너오는 것을 바라보는 흰 옷의 레로 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물었다. 당신도 알고 있잖아. 여기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위험하다는 건 사실 재미나 다름없었다. 애초부터 안전하다거나 보장된 길로 걸어온 적은 없었다. 위험한 걸 알면서도 마음이 가는대로 선택했고, 그 결과로 제가 이 자리에 서 있었지만, 다시 한 번 기꺼이 위험한 게임을 할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쿤 씨, 그 아까도 말씀 하셨지만...”

“응?”

“같이 탑을 올라가는 거 말이에요. 저는 정말로, 정말로 자신이 없는데...”

안전한 길만을 걸어 왔던 소년일까. 쿤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밤을 바라보았다. 탑의 생명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무지의 선별인원이, 신수에 대해 압도적인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흥미로웠다.

“말했잖아? 넌 재미있다고.”

“탑은, 재미로 오르는 게 아니라고...”

라헬이 그랬는데. 나지막한 마지막 속삭임을 못 들은 척 쿤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이번에는 선별인원 쪽으로 먼저 눈을 돌리는 쿤을 밤이 바라보았다. 무엇을 물어봐도 척척 대답해줄 만큼 탑 안의 생활에 영리하고, 신수 장벽도 저처럼 운이 아닌 실력으로 당당하게 통과할 만큼 유능하고, 또 이렇게나 아름다운 사람이, 어째서 자신과 함께 하겠다고 하는 걸까. 나는 이 사람의 손을 잡아도 될까? 내가 피해만 주는 건 아닐까? 물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쿤은 상냥했지만, 때때로 단호해서 이 수 많은 자신의 물음에 쉽게 대답을 해 주지 않을 것 같았다.

“뭐, 재미로만 오르는 건 아니긴 하지만, 재미없는 거에는 별로 흥미가 동하지 않아서 말이야.”

“아...”

“그럼, 너도 재미있게 우리 게임을 하나 할까?”

“게임이요?”

그런 건 잘 못하는데. 겸손한 건지 순수한 건지 이쯤 되면 헷갈리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정반대의 생각도 함께 스쳤다. 스스로 자신 없다고 말하지만 너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막연하지만 확실한 생각.

“내가 너와 탑을 오르면서 널 지켜줄게. 그러면 너도 나를 지켜 주는거야. 언제까지냐면, 당연히 탑 정상에 오를 때까지. 지켜주지 못한 사람이 지는거야.”

“하지만...! 그건 쿤 씨에게 너무 불리한 것 같은데요.”

“아닐걸? 난 질 것 같은 게임은 절대 하지 않아.”

날 믿으라구. 네 능력에 있어서 나를 믿으라는 말이 엄청 웃기지만 말이야. 쿤은 다시 한 번 호쾌하게 웃었다. 어쩐지 모든 것이 즐거워 보이는 쿤은 밤에게 있어서 정말이지 그가 단순한 재미를 찾아 탑을 오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순간도 있었다. 제 손을 눌러 오면서 검은 삼월에 대해 캐묻던 그 낯선 모습. 그래도 검은 삼월에 대해 물어오면서 싸늘한 눈을 보일 때보다는 그저 즐거운 듯 웃고 있는 지금의 그의 모습이 훨씬 나아보였다. 웃는 게 더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은청발의 머리카락이 푸른 두건을 가릴 듯 보일 듯 옆으로 흘러내렸다. 제게 함께 가겠다고 손을 내민 사람을 내치는 건 무엇보다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왠지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잖아 밤.”

“...네?”

“어려워 할 것 없어. 그냥, 패자 없는 게임을 하는 거야. 영원히.”

패자 없는 게임을 하는 거야. 청량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여태까지 그가 말한 것 중에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마 이 게임에 패자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쿤의 눈동자가 한 없이 밝았지만 제법 진지하게 반짝였다. 대답을 바라듯이 밤을 빤히 바라보는 그 눈동자, 그것에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우리 함께 가요.”

재미가 있는 길이어도, 그렇지 않아도, 위험한 길이어도 어쩌면 괜찮았다. 패자 없는 게임을 영원히 함께 하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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