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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왕견] 쓸데없는 선물교환식 - 알타이르

w. 쿠엔



선물 교환식을 마치고 시끌벅적한 가운데에서 알타이르는 조용히 선물을 끌어안고 있었다. 신기한 선물과 난생 처음보는 물건 (목탁같은 걸) 두드려보겠다거나 무언가 빻는 게 아니냐던가 무기가 아니냐고 소란스러운 가운데 물건을 가져온 테아가 시범을 보이고서 잠시 정적이 흐른 후에는 산발적으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운 역시 제가 가져온 물건을 두 손가락으로 잡아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기만 하는 비야에게 다가가서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알타이르는 제 옆에 앉아 있던 담이 운과 이야기를 하러 자리를 뜬 사이에 다시 선물 포장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선물 포장은 확! 뜯어야 복이 들어오는 거라고~ 하던 담의 말에도 어설프게 보일만큼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뜯어 냈던 이유는, 왠지 겉으로 만지기에도 너무나 얇게 바삭거리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혹시라도 뜯다가 찢어질까봐. 처음에 받을 때에는 무슨 선물인지도 모르면서 그랬다. 그리고 선물을 뜯고 나서 알타이르는 다시 선물을 포장지에 고스란히 담아 두었었다. 커다란 붉은 카네이션과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여 있는 자유이용권.
어릴 적 가문에서 보내던 날들 중에서 딱히 어머니 아버지를 찾아본 기억이 없는 알타이르는 조용히 카네이션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카네이션. 붉은 기운이 그래도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렸다. 되게 잘 만드셨네. 꼼꼼하게 접힌 카네이션은 만든 사람을 닮아 생각보다 크기가 큼직했다. 늘 샤토 곁에 서 있으면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정운은 꽤 키가 큰 편에 속했으니까. 알타이르는 어느새 곁에 다가와 선 길죽한 그림자의 인영을 올려다 보았다.

“알타이르! 뭘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어~ 어차피 쓸데없는 선물이라고 준 건데, 쓸 데라고 찾아보려구?”

씩 웃으면서 말을 건네는 이는 선물의 주인이었던 하정운이었다.

“아, 아니.... 되게 잘 만드셨네요.”

알타이르가 물끄러미 정운을 올려다보며 말하자 정운이 웃음을 터뜨렸다.

“잘 만들긴 뭘. 별로 쓸 데가 없어서. 집에 걸어두거나 책갈피로 쓰면 되려나? 아, 자유이용권으로 나한테 청구하는 것도 잊지 말고!”
“네?”

카네이션 옆에 있던 자유이용권을 달라는 이야기인줄 알고 알타이르가 자유이용권 두 장을 고스란히 다시 정운에게 건네자, 정운이 아니아니 하고 고개를 저었다.

“이건 네가, 나한테 요구할 수 있는거니까 네가 나한테 필요한 게 있을 때 써먹으라고.”
“제가요?”
“응.”

다른 친구들이 한 것처럼 정운이 알타이르가 앉아 있던 소파의 팔걸이에 몸을 붙이고 앉아 선생님처럼 이 자유이용권은, 하고 사용법을 설명하자 그제야 알타이르가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카네이션은 뭔지 알지? 부모님한테, 혹은 선생님한테. 그런 사람들한테 주는거야. 고맙다는 의미로.”

네. 알아요. 대답하던 알타이르는 문득 으이구 우리 동생, 하고 아주 오래전의 목소리를 간직한 형이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했다. 순간적으로 화끈거리는 열기가 눈에 몰려 알타이르는 천천히 허공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가족. 혹은 형. 탑에 들어온 뒤로 참 오랜만에 떠올리는 단어들이었다.

“정운씨는 부모님께 드리려고 이거 접으셨던 거에요?”
“응, 편지랑 카네이션이랑 자유이용권이랑 같이 예전에 드렸던 건데, 자유이용권은 부모님이 나 다 나으면 쓰겠다고 하고 잊어버리셨어. 편지랑 카네이션은 특별히 새로 접어봤어. 그래도 선물이잖아~”

여전히 카네이션을 만지작거리는 알타이르의 손끝을 보며 설명을 마친 정운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어떻게 쓰는지는 아는거지? 난 이만 가볼게. 쓸데를 찾으면 좋고.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오늘을 기억하는 정도로 간직해줘~”

네, 그럴게요. 마땅히 쓸 데를 찾아보겠다는 대답을 얼버무리는 알타이르를 두고 정운은 곧 저를 찾는 샤토에게로 다시 걸어갔다. 멀어지는 검은 머리칼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알타이르는 여전히 손안에 든 카네이션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는 채였다.


***


담은 소리가 나는 장난감 총을 받아와서 마치 그것이 진짜 총인 양 다뤘고, 알타이르는 몇 번 그 소리에 속아서 깜짝 놀라기를 반복했다. 담은 훌륭한 쓸모를 찾은 것 같다고 깔깔 웃었고, 알타이르도 한 두번 소리가 나는 버튼을 눌러보기도 했다. 깜찍한 소리가 났다. 알타이르는 여전히 방 위의 책상에 놓아두었던 카네이션이 생각나 다시 방에 들어가 앉아서는 카네이션을 손에 쥐었다. 큼직한 크기에 맞추어 비슷한 크기의 색종이를 사온 알타이르는 이내 완성되어 있는 정운의 카네이션을 앞에 두고, 제가 사온 색종이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분주히 포켓에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카네이션 접는 법’

손재주가 좋은 편인 알타이르는 완성된 카네이션을 몇 번 겉으로 훑어보고, 색종이가 연결된 이음새를 손가락으로 훑어본 이후 바로 카네이션을 접기 시작했으나, 의외로 복잡하게 만들어진건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색종이끼리 연결이 되지 않아 후두둑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결국 포켓에서 찾아보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이리저리 정보를 뒤적거리면서 동영상을 찾아낸 알타이르는 한 번에 동영상을 다 본 후에 차례대로 접어나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모르는 부분을 다시 되돌려가며 꽤 꼼꼼하게 만든 결과 큼직한 카네이션이 여러 송이 완성되었다. 생각보다 큼직하고 풍성하네. 생각하며 알타이르는 이어서 제가 만든 카네이션과 정운이 준 카네이션을 분리해서 놓아두고 편지지를 한 장 꺼냈다. 제가 접은 카네이션과 함께 둔 편지지를 집어든 알타이르는 그날 밤을 꼬박 새웠다.
안 자? 빼꼼 문을 열고 묻는 담에게 곧 갈게요 먼저 주무세요. 인사한 알타이르는 거의 새벽이 되었을 쯤 편지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어슴프레 밝아오는 새벽빛에 의지해 침대에 몸을 눕히면서도 여전히 잠이 오지 않는 눈을 깜빡였다. 항상 제 시간에 잠들어 제 시간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일과를 반복해온 알타이르에게 잠이 오지 않는 일은 드물었다. 뒤척이며 움직이면 자고 있던 담이 잠에서 깰까, 알타이르는 자리에 누워 가만히 눈만 깜빡이며 새벽을 새웠다. 아마도 내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잠이 쉽게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


아침까지 뜬 눈으로 지샌 알타이르는 조심히 제가 접은 카네이션들과 편지 한 장을 손에 들고 정운이 준 카네이션과 자유이용권은 다시 포장해 자켓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섰다. 꽤 오랜만에 가는 목적지인지라 다시 위치를 떠올리고, 목적지까지 갔다 오는 시간을 계산하며 집 앞에 있는 꽃집에 먼저 들렀다. 집에 놓는 식물들을 사기 위해 가끔 들르는 가게였다.

“어서 오세요! 어떤 꽃으로 드릴까요?”
“혹시 카네이션 있나요?”
“네 그럼요. 묶음으로 드릴까요? 아님 바구니도 준비되어 있어요. 특별히 신수처리가 되어 있어 시들지 않는답니다.”
“그럼 바구니에 있는 걸로 주세요.”

하얀 라탄으로 깔끔하게 엮인 바구니 안에는 꽤 여러 송이의 카네이션이 들어 있었다. 얇은 꽃잎들이 하나하나 겹쳐져서 꽤 풍성했다. 신수처리가 되어 있다더니, 겉표면이 조금 윤기를 머금고 빛나는 것 같기도 했다. 시들지 않는 꽃.

“이건 서비스랍니다!”

발랄한 주인은 알타이르에게 카네이션 한 송이를 따로 건네주었다. 비닐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자주 오는 손님이라고 알아봐주는 주인에게 감사함을 표현한 알타이르는 곧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움직였다. 가문이 있는 근처까지 다녀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 필요했다.

알타이르는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층의 땅을 밟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탑에 올라오기 전에나 지냈던, 아리에 가문의 본가. 그리고 자신과 형이 함께 지냈던 곳. 지금은 다른 동생들이 있는 곳. 평소에는 데네브를 보러 내려온 날들이 더 많았지만, 이번에는 데네브에게 따로 이야기하지 않고 내려왔다. 아마도 데네브를 만나지 않고 다시 돌아갈 것 같아서였다. 이번에 이곳까지 온 목적은 제 형을 보러가기 위해서였으니까. 알타이르는 가문의 영역 안으로 들어서서, 탑을 올라가기 전에 목숨을 잃은 이들을 따로 모셔두는 곳으로 향했다. 탑을 오르고 나서도 찾아오긴 했지만 자주 오지는 못했고, 그나마도 빈손으로 오곤 했었는데. 알타이르는 오랜만에 오는 곳임에도 길을 헤매지 않고 바로 미로같은 공간을 지나 제가 찾는 이름 앞에 섰다.

“형. 오랜만이야.”

아리에 다비흐. 비석에 새겨진 이름은 부르지 않아도 선명했고, 그 목소리도 그랬다. 그 그리운 목소리 대신 미로같은 공간에서는 오직 제 목소리가만울려 되돌아왔다. 메아리가 그칠 때까지 가만히 서 있던 알타이르는 조심히 카네이션 바구니를 그 앞에 내려두고, 제가 접은 카네이션과 편지를 바구니에 끼워두었다.

“부모님같이 소중한 사람에게, 스승같은 사람에게는 카네이션을 주는 거라고 하더라, 형. 내가 카네이션을 줄 사람은 형밖에 없어서...”

비석의 크기는 그 사람이 죽은 나이대에 맞추어 만들어져 있었다. 주로 탑을 올라가기 전에 죽은 이들은 나이가 어렸으나, 다비흐는 오래 승탑을 미루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비석의 높이가 다른 사람들보다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훌쩍 자란 제 키에 비해서는 비석이 한참 낮았다. 저번에 왔을 때보다도 더 낮아진 것 같은, 제 시야보다 낮은 그 비석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알타이르는 그 앞에 무릎을 꿇어 앉았다. 여전히 생생하게 신수를 머금고 흔들리는 카네이션을 내려다보며, 그 사이에 끼워둔 색종이 카네이션과 편지를 어루만졌다.

“카네이션은 내가 직접 접었어. 형이었다면 구현술로 만들어냈겠지만... 형도 알지, 내가 손 재주는 좋아도 구현술은 못했잖아. 그래도 만들어봤어. 사실 친구가 카네이션이 어떤 건지 알려주고 자기가 접은 카네이션도 줬는데, 그걸 형한테 주기보다는 내가 접어서 주고 싶었어. 편지는 별거 안적었지만 그냥 가끔, 내가 없을 때 생각나면 볼 수도 있잖아. 어느 층에 어떤 게 있었는지, 형이 궁금해 하던 것들이나 그런 걸 조금 적었어. 다음에 또 가지고 올게.”

알타이르는 다시 한 번 카네이션이 든 바구니의 매무새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형. 탑은 생각보다 넓고 높은 곳이더라. 형 말대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많고 좋은 사람들도 많아. 형이 항상 나에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 해줬던 것처럼 나 정말 좋은 사람들이랑 지내. 형이 탑을 올랐더라면... 형도 분명 좋은 친구들과 탑을 올랐을거야. 조금 더 탑을 올라가서, 조금 더 많은 걸 보고 또 올게.”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올게. 알타이르는 조금 미련이 남은 모양으로 잠시 그 앞에 무릎을 숙여 앉아 있다가, 이내 완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씩 멀어지는 발자국소리를 뒤로 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붉은 카네이션이 반짝이고 있었다.


“알이 오빠!”

가문 근처를 빙 돌아나가던 알타이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았다.

“데네브?”

연락도 안했는데 어떻게, 알타이르가 놀라서 입만 벌리고 서 있는 사이에 데네브가 성큼 먼저 뛰어왔다.

“오빠는 내가 아직 포켓도 못다루는 줄 알지? 포켓으로 위치 추적도 다 되는데.”

어깨를 으쓱 한 데네브는 자랑스럽게 제 포켓을 보여주었다. 자 봐봐, 동일한 층, 근방 10km 이내. 엄청 가깝잖아. 딱 봐도 이 근처 오빠가 올 데가 여기밖에 없는데 뭐. 데네브는 어깨를 으쓱하며 미로처럼 된 죽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공간을 가리킨다. 응, 맞아. 형 보러 갔다왔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한 알타이르는 밖에 오래 나와있었냐고 물으며 데네브를 데리고 다시 가문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바로 다시 가봐야 해서, 미안. 다음에는 더 오래 올게.”
“괜찮아. 나 이제 다 커서 오빠 안그리워.”
“... 그리워는 해줘.”

나는 다 컸는걸! 폴짝거리는 데네브가 여전히 넘어질까봐 걱정인 알타이르는 그래, 그래. 하며 다시 데네브의 손을 잡아끌었다.

“다음에는 그 언니도 같이 와?”
“어?”
“분홍 눈 언니!”
“어, 어. 같이 올게.”

데네브를 안쪽까지 데려다 준 알타이르는 갑작스러운 데네브의 질문에 놀라 얼떨결에 담과 금방 다시 내려오겠다는 약속까지 해 두고서 당황해 있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데네브는 개의치 않고 질문을 하나 더 던졌다.

“오빠 손에 그 꽃은 뭐야?”
“아, 이거? 이건 카네이션이야. 음, 그러니까...”
“알아. 나 저번에 칼리트 언니가 알려줬어. 선생님한테 주는 꽃이래.”
“응, 선생님이나 부모님같이.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한테 주는 꽃이야. 이거 데네브가 가질래? 데네브가 주고 싶은 사람한테 줘.”

꼼꼼하게 쌓인 카네이션 한 송이를 말끄라미 들여다보던 데네브는 방금 놓은 알타이르의 손에 다시 그 꽃을 들려주었다.

“나는 알이오빠한테 줄래.”
“나한테?”
“응. 나는 오빠한테 줄거야. 가장 부모님같은 사람, 가장 소중한 사람. 그런 사람이니까.”

데네브 앞에 한 쪽 무릎을 굽혀 앉아 있던 알타이르는 그새 제 손에 들어온 꽃을 보다가, 다시 데네브의 손에 쥐어주었다.

“데네브, 그럼 이거 나중에 탑에 올라와서 나랑 만나면 그때 받을게.”
“내탑에서 오빠를 만나면?”
“곧 선별되어서 탑을 오를거니까, 그때 우리 다시 만나면. 그때 이거 내가 받을게.”

알타이르는 최대한 환하게 웃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말했다. 데네브가 무사히 선별되고, 탑에 오르고, 좋은 친구들과 행복한 모습으로 저를 다시 찾아주기를. 꽃이 시들기 전에, 혹은 지금의 저처럼 늦은 때에 후회하지 않고 그 꽃을 건네줄 수 있기를. 속으로는 애가 타도록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응, 그럴게!”

데네브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알타이르를 끌어안았다. 아무것도 모를테지만, 어쩌면 알타이르가 무얼 걱정하는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진난만하면서도 자신있는 데네브의 미소에 알타이르는 꾹 울컥하는 감정을 눌러담는다. 데네브는 당연히 해낼거라고. 그런 믿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그래, 기다릴게.
누군가가 오래 그래왔듯, 내가 여태 그래왔듯. 앞으로도 그렇게. 너무 늦지 않게 다시 만나기 위해서.


***


다시 제 층으로 돌아온 알타이르는 시간이 너무 늦지 않은 걸 확인하고 다시 정운에게 연락했다. 포켓을 들고 다니긴 하는건지, 연락을 확인하는 속도가 늦은 알타이르가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기 때문에 정운은 놀란 토끼눈을 하고 알타이르를 만나러 나왔다.

“무슨 일이야? 우와, 나 너한테 연락 처음 받는 거 같아.”
“아, 죄송해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연락을 잘 안해서...”
“아냐. 그래서 왜? 무슨 필요한 상황인데?”

정운은 여전히 익살스러운 미소로 먼저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알타이르는 주섬주섬 자켓에 가져온 정운의 카네이션과 자유이용권 두 장을 다시 그에게 내밀었다.

“이거, 그러니까... 저는 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아요. 정운씨에게 정말 소중한 부모님께 돌아가야 하는거니까요.”
“에이, 그래도 선물로 준건데?”
“그러면, 이거 한 장 제가 쓸게요.”

와, 생각도 못했네. 웃는 정운에게 대고 알타이르는 자유이용권 한 장을 흔들어보였다.

“이거 한 장 제가 쓸게요. 정운씨가 이거 받아주시는 조건으로. 사실 저는... 정운씨가 준 카네이션을 보고 제가 직접 카네이션을 접어서, 진작 드렸어야 하는 분께 가져다 드리고 오는 길이에요. 아무래도 제가 직접 접어야 하는 거 같아서요. 그래도 정운씨가 저한테 누구에게 카네이션을 주어야 하는지, 언제 주어야 하는지 알려주신거나 다름 없으니까요. 전 그걸로 다 받았어요. 이건 원래 주인인 정운씨 부모님께 다시 드리는 걸로 약속해요.”
“이거 나한테 다시 줘도 안아깝겠어? 카네이션도 그렇고, 하정운 자유이용권도 흔하게 오는 기회가 아니라고~”

알타이르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전 충분히 받았어요. 말투는 담담했다.

“그리고 제가 겪어 보니까,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말이에요.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실거에요. 분명히. 이 자유이용권을 다시 받아서 쓰실 날을, 그리고 카네이션도. 꼭 다시 받으시고 싶으실거에요.”

정운씨가 다시 드리기로. 이 자유이용권 그렇게 쓸 게요. 한 장을 정운의 손에 쥐어 주면서 말했다. 결국 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하정운 자유이용권으로 그렇게 사용하신다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알타이르는 가벼워진 자켓 주머니와 두 손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정운도 다시 제 손에 돌아온 카네이션을 보며 잠시 웃었다. 며칠 만에 본 알타이르는 분명히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조금 더 단단해진 눈빛이나, 제 손에 다시 카네이션을 들려주며 이야기하던 그 단호한 목소리도. 그 무언가가 바로 제가 알타이르에게 준 선물이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쓸모있는 선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왕자왕견] 쓸데없는 선물교환식 - 알타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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